안 쓴 연차가 돈으로 안 돌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차를 다 못 쓰면 수당으로 받는다고 알고 계신 분이 많습니다. 원칙은 맞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고, 그 예외가 생각보다 자주 적용됩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연차사용촉진제도가 있습니다. 회사가 정해진 절차를 밟아 연차 사용을 독려했는데도 근로자가 쓰지 않았다면, 회사의 수당 지급 의무가 사라집니다.
왜 이런 제도가 있나
연차는 원래 쉬라고 만든 제도입니다. 돈으로 받으라고 만든 게 아닙니다.
그런데 수당으로 정산되는 관행이 자리 잡으면서, 회사는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근로자는 정작 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성실히 사용을 독려했다면 책임을 면해주고, 대신 실제 휴식을 유도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취지가 그렇다 보니 절차가 상당히 엄격합니다. 회사가 한 단계라도 빠뜨리면 촉진 효과가 인정되지 않고 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절차: 두 단계를 모두 밟아야 합니다
1단계 — 사용 촉구
연차 사용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그로부터 10일 이내에 회사가 근로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 남은 연차가 며칠인지 알릴 것
- 언제 쓸 것인지 시기를 정해 회사에 통보하라고 요구할 것
- 서면으로 할 것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가 사용 기간인 회사라면, 7월 1일부터 7월 10일 사이에 이 통지가 나가야 합니다.
2단계 — 시기 지정
근로자가 1단계 통지를 받고도 10일 안에 사용 시기를 통보하지 않으면, 이번엔 회사가 직접 시기를 정해 알립니다.
- 사용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보할 것
- 역시 서면으로 할 것
12월 31일이 마감이라면 10월 31일까지입니다.
이 두 단계를 모두 거쳤고, 그럼에도 근로자가 연차를 쓰지 않았다면, 회사는 미사용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가 자주 놓치는 지점
실무에서 촉진 효과가 부정되는 사례들입니다.
구두나 메신저로만 알린 경우. 서면이 원칙입니다. 이메일도 인정될 수 있지만, 개별 근로자가 받아볼 수 있고 내용이 확인 가능해야 합니다. 사내 게시판에 공지 하나 붙이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기간을 놓친 경우. 6개월 전 기준 10일 이내라는 창은 좁습니다. 하루라도 늦으면 그 해의 촉진은 효력이 없습니다.
전체 공지만 하고 개별 잔여일수를 알리지 않은 경우. 각자에게 며칠 남았는지를 알려야 합니다.
2단계를 생략한 경우. 1단계만 하고 근로자가 답이 없으면 그대로 넘어가는 회사가 많습니다. 회사가 시기를 지정하는 2단계까지 해야 완성입니다.
근로자가 알아둘 것
출근했는데 일을 못 하게 막지 않았다면 무효입니다. 회사가 시기를 지정해 놓고, 정작 그날 근로자가 출근해서 일하는 걸 그대로 뒀다면 그 노무 수령을 인정한 것이 됩니다. 이 경우 연차를 쓴 것으로 처리되지 않고 수당 지급 의무가 남습니다.
퇴사 시에는 다릅니다. 촉진 절차를 밟았더라도 퇴직하면서 발생한 미사용 연차는 정산 대상이 됩니다.
1년 미만 근로자의 월차도 대상입니다. 입사 1년 미만일 때 월 단위로 발생하는 연차(최대 11일)에도 촉진제도가 적용됩니다. 다만 시기가 다릅니다. 입사 후 1년의 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을 기준으로 진행합니다.
확인해 볼 것
본인 회사가 촉진제도를 운영 중인지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 취업규칙에서 연차 관련 조항을 찾습니다. 촉진제도 운영 여부가 명시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7월경에 인사팀에서 연차 사용 계획 제출을 요구했다면, 그게 1단계 통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통지를 받았다면 10일 안에 사용 계획을 회신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회신하면 회사가 임의로 시기를 지정하지 못합니다.
계획을 냈다면 가급적 그대로 쓰는 게 좋습니다. 냈는데 안 쓴 경우에도 촉진 효과는 인정됩니다.
연차 관련 분쟁은 서면 통지 여부와 시기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 상황이 애매하다면 고용노동부 상담(국번 없이 1350)이나 노무사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내 연차가 지금 며칠인지는 아래 계산기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